'학대'라고 하면 신체적 폭행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언어폭력, 심리적 혹은 정서적 폭력도 심각한 학대 행위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는 듯합니다.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니까 왠지 학문적 용어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학술용어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1938년 영국에서 상영된 연극 <가스등(gaslight)>, 그리고 1944년 이를 리메이크했던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남편이 아내 를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자신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한 심리 지배 방식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는 가스등이 흐릿해졌다는 아내에게 '당신이 예민한 것.' ,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는 암시를 줌으로써 서서히 그녀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자기만 의지하도록 만들어요.
국립국어원에서는 가스라이팅을 '심리적 지배'라고 부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불신하고, 가해자만 신뢰하도록 만든다는 점인데요. 옳고 그름의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스스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도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요. 가해자가 자신을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네가 너보다 옳은 판단을 한다'는 것이죠. 또는 '너를 위해서 내가 조언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별로 착한 의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종'을 목적으로 '의도'하는 건 아닌 경우도 있고. 심지어 스스로도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심리적으로 약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몸에 면역이 약해졌을 때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마음이 약해지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겠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건 일시적이기도 하고, 또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당했다'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왠지 나를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스라이팅까지는 아니지만 묘하게 '지배력'을 발휘하려는 자들이 있는데요.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 사람 말을 일단 안 듣고 시작했어요. '옳은 길'로 가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이 유리한 길'로 가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일단 안 들으면 그게 '제가 유리한 길'이더라고요. (혹시, 진짜 조언인지 아닌지 고민이 된다면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세요.)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심리적 우위를 차지한다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관계는 부모와 아이사이입니다. 아이는 원래 전적으로 부모를 의지하도록 태어나잖아요. 그런데 모든 판단을 부모가 하고 아이는 오로지 의존만 하도록 만드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주 위험하겠죠. 더군다나 이런 경우 부모가 정말 아이를 사랑해서, '아이를 위해' 그랬다고 한다면 심각해지는 것인데요. 무의식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자존감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경우이기도 하고. 각종 육아 서적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스라이팅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지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들에게는 '사춘기'라는 게 있다는 점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다 옳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아주 강해지니까요. 갈등이 폭발하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주는 시기이기도 해요.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시기는 아이의 성장에 필수라고 생각해요. 부모님들 힘내세요. ^^)
공부 안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 '그러다가 시험 망친다.' '취업도 못하고 백수가 되면 어쩌려고!'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아이에게 부모가 '인생각본을 써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부정적인 인생각본이죠. 여러 번 반복될수록 아이는 '진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대신 '결국 그렇게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걱정을 이유로 불길한 예언을 하지는 않는 게 좋겠어요.
*해당 내용은 지식+주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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